보험보상

실손보험 토론회 4기 암 환자의 절규 영상을 보고 소개하는 보험사기 무죄 사례

보험전문변호사 한세영 2026. 3. 6.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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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회 공식등록 보험전문 변호사, 손해배상전문 변호사 한세영이 직접 작성하는 블로그입니다.

본 변호사가 직접 수행한 사례를 소개합니다.

 
 

 

보험전문변호사 한세영입니다.

오늘은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을 받았다는 취지로 재판을 받다가 무죄를 받은 사례를 소개하면서, 얼마 전 실손보험 제도 변경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정부의 태도를 성토하는 어느 암 환자분의 얘기도 곁들여서 이것저것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1심에서 부부 모두 고의 교통사고로 유죄를 받은 사건


고의 교통사고 유발형 보험사기는 말 그대로 일부러 사고를 내고, 차량 파손액 및 치료비 등을 빌미로 보험사로부터 합의금을 뜯어내는 형태의 사기입니다. 네, 바로 언론에서 주기적으로 알바 형식으로 사람을 모아 수억 원대의 보험금 사기 행각을 벌여온 일당을 체포했다며, 나오는 기사에 그 주인공들입니다.

 

교통법규 위반 차량 노려 일부러 '꽝'‥6년간 9억 넘게 보험금 탄 남성 송치

 

 

정말 이런 기사들은 매주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 제 의뢰인의 얘기를 하면서 제 생각을 좀 얘기해 볼까 합니다.

 

사무실을 찾아온 의뢰인은 젊은 부부였습니다. 얼마 전 아이가 생겨 육아에 지쳐있었지만 착실히 일하면서 생활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 이들이 형사 사건 1심 판결문을 내밀며 항소심을 맡아줄 변호사를 구하는 중이라 말했습니다. 어딜 봐도 범죄를 저지를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에 무슨 내용인가 하고 1심 판결문을 살펴보았습니다.

 

바로 위의 기사와 같이 수십 명의 피고인들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고 보험금을 타갔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유죄가 인정된 사건이었습니다. 남편은 고의로 3번의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받았다고 재판을 받았고, 아내는 그중 2번의 교통사고 시 동승한 공범으로 재판을 받았습니다. 1심 법원은 부부가 함께 타고 있다가 사고가 난 사건 중 하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고, 나머지 2번의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남편은 징역형을, 아내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해보니, 제가 판단하기로 이 부부는 전혀 사기의 고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장기간 입원하며 보험금을 더 달라고 요구한 사정도 없었습니다. 어쩌다 만난 악연으로 재판까지 받게 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건의 발단인즉슨, 남편은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A 와 함께 어딘가를 방문하기 위해 A를 태워준 사실이 있는데, 당시 A의 지인인 B도 차량에 같이 탑승하게 됐습니다. 운전 중 교차로에서 나오는 차량을 보고 경적을 울려 경고하며 지나가려 했는데, 상대 차량이 계속해 움직여 사고가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 B가 실제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을 편취하는 범행을 해왔던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B 와 그 일당들이 그 이후 조사를 받게 됨에 따라 남편도 조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날 발생한 사고뿐만 아니라 그 이후 발생한 모든 교통사고까지 함께 말이죠. 그 과정을 통해 수사기관은 고의사고가 의심(?) 교통사고 3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해버린 것입니다.

 

B는 수사와 1심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고의로 교통사고를 냈다고 자백을 했습니다. 이 자백이 남편에 유죄를 선고한 판결의 증거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다행히도(?) 1심 재판부는 공소제기된 3개의 교통사고 중 아내와 함께 동승한 사고 중 하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것저것 무죄의 근거를 설시하긴 했지만, 제가 볼 때 주된 근거는 해당 교통사고를 고의사고로 단정 짓기 어렵다는 국과수의 감정 결과 회신으로 보였습니다. 나머지 2건의 사고에 대해서 국과수는 고의사고의 가능성이 있다고 회신했죠.

 

남편은 처음 보는 사람을 태웠다가 아내까지 사기꾼, 범죄자로 만들어버렸단 사실에 무척 괴로워했고, 법원이 진실을 알아봐 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무척 실망했습니다. 감정적으로 충분히 공감했지만, 사실 법원은 진실을 가리는 곳이 아니라 누구 말이 더 맞는지 증거를 가지고 판단하는 곳입니다. 개인적으로 수사기록과 1심 판결에 불합리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 보였고, 유죄 인정에 무리가 있다 생각해 항소심을 맡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항소심 재판 중 B를 증인으로 불러, 남편과 사전에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기로 이야기 한 사실이 없다는 증언을 받아냈고, 국과수의 감정 회신에 많은 문제가 있다는 부분을 지적했습니다. 기타 여러 가지 주장과 자료를 제출했는데, 이 부분은 영업비밀이니 여기까지..

 

무척 신경 쓰였던 사건이었기 때문에, 저도 항소심 선고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결과는 아쉽게도 아내만 무죄를 선고받았고, 남편은 유죄가 그대로 유지됐습니다.

 

저 스스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의뢰인이 유죄를 선고받으면 저도 무척 괴롭습니다. 남편은 저희 사무실에 전화로 아내라도 무죄를 받아 만족한다고 했지만, 제가 성에 차지 않아서 며칠간 마음이 힘들었던 사건이었습니다.

 

인식있는 과실 사고는 처벌할 수 없다.

 

 

고의 교통사고 유발형 보험사기는 이 부분을 고민해 봐야 합니다. 바로 인식있는 과실과 미필적 고의입니다.

 

인식있는 과실은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예견했지만, 그 결과를 원하거나 용인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러니까 행위를 하는 사람이 내 행위로 인해 어떤 결과가 발생할 수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 결과를 바라지 않고 피하려고 했던 경우를 뜻합니다.

 

반면에 미필적 고의는 결과 발생의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경우를 의미합니다. 쉽게 예를 들면, 내가 여기서 총을 쏘면 저 사람이 맞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뭐 그런 심리 상태입니다.

 

당사자는 고의로 낸 교통사고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고의 사고로 보인다며 의심받아 수사를 받고 재판까지 받게 되는 교통사고들의 경우,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할 때 말하는 공통 사항이 있습니다. 블랙박스 상으로 보면 충분히 사고를 회피할 수도 있었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하나 고민이 생깁니다. 저처럼 거북이 운전(?), 할아버지 운전(?)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양보를 잘 하지 않는 운전자들도 있습니다. 양보는 의무가 아니니까요. 양보를 안 했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겠죠.

 

이런 분들에게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과정을 잘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먼저 상대방 차량이 다가오는 것을 인식합니다. 그러나 나에게 우선권이 있는 상황이라 나는 양보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에 대해서 경적을 울리거나 하는 등으로 경고를 합니다. 나는 상대가 다시 자기 차선으로 돌아가거나 멈출 것이라 생각하고 그대로 진행을 하지만, 상대 차량 역시 배짱이 두둑한 사람 같습니다. 그런 찰나의 신경전이 가운데 차량 간 접촉이 일어납니다. 물론 상대방이 내 차량을 아예 보지 못했거나, 경적소리를 듣지 못해 인식조차 못 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런 경우 블랙박스로 보면 충분히 사고 회피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이 영상을 기초로 국과수가 감정을 하면 당연히 고의사고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회신하게 됩니다. 그러면 이걸 다 고의사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인식있는 과실로 생각됩니다. 상대 차량을 발견했고 그대로 진행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나는 사고가 나는 것을 바라지는 않으니까요. 먹고살기도 바쁘고 머리 복잡한데, 정상인이라면 누가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고 싶을까요? 제게 교통사고 보험 사기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되었다며 상담을 하러 오시는 분들은 대부분 이 경우입니다.

 

그런데, 인식있는 과실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보험사끼리 과실 다툼한 후 자기들끼리 정리할 민사적인 문제인 것입니다.

제가 볼 때 이런 사람들을 유죄로 쉽게 처벌해서는 안 됩니다. 법원이 유죄 인정이 더 엄격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제 유튜브 영상을 보다가 실손의료보험 정책토론회에서 4기 암 환자라는 분이 정부의 태도를 비난하는 영상을 보게 되었습니다. 환자는 정부 담당자가 법을 개정해서라도 구세대 실손보험을 신세대로 전환할 수 있다는 언급을 하자 이에 대해 분노하며 사적 계약의 영역에 정부가 과하게 보험사 편을 들고 있다며 성토하였습니다.

 

고의 교통사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웬 실손의료보험 이야기냐 싶겠지만, 국민보험이라 불리는 실손보험이 이리도 공격(?)을 받게 된 이유 중 하나도 보험 사기와 큰 관련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사기 쳐서 실손보험금을 수령해온 사람들이 분명히 많았습니다. 또 그런 사람들을 병원에 소개해 주고 알선 수수료를 받아온 사람도 많았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병원에 오지도 않았는데,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은 것으로 병원기록을 조작해 보험금을 타기도 하고, 실제 수술을 하지도 않고 수술을 한 것으로 기록을 위조해 보험금을 타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억울하게 조사를 받고 처벌을 받는 사람들이 계속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기를 칠 고의는 없었지만 의심받을 수 있는 애매한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나 다소 과한 치료를 받은 것으로 볼 수도 있는 환자의 경우 어떤 때에는(특히, 약관상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근거가 없을 때) 보험사가 경찰 조사를 받을 수도 있는 점을 이용해 보험소비자를 압박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게 하거나 보험계약을 해지시키기도 합니다.

 

정책토론회에서 성토한 4기 암 환자의 말처럼, 가입할 때는 다 될 것처럼 판매해놓고 보험금 줘야 할 때는 딴소리입니다. 역대급 이익을 달성하고 그에 따라 주가도 상승하고 있는 보험사의 모습과 대조해 보면, 굳이 보험에 가입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차라리 보험사 주식을 꾸준히 사고, 나중에 사고가 나거나 병에 걸리면 주식을 매도해 그 돈으로 치료든 생활비든 쓰는 게 나아 보입니다.

 

농담스레 얘기했던 것처럼 전 국민이 단체로 한 달간 보험료 납부를 하지 않는 실력행사를 해야 하지 않나 하는 망상을 해봅니다. 안녕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