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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14년 차 변호사이자, 보험전문 변호사 한세영입니다.
오늘은 최근 자궁경부이형성증과 관련해 선고된 최근 판결을 소개하면서, 진단비 담보와 관련해 몇가지 얘기해볼까 합니다.
참고로 오늘 글은 대부분 제 개인적인 의견이니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CIN2 는 제자리암이 아니라 자궁경부이형성증(N87.1)에 불과하다는 판결

먼저, 자궁경부이형성증과 관련해 최근 선고된 판결(부산지방법원 2022가합47144판결)을 소개합니다.
이 사건 피보험자는 2019년에 유사암 진단비 특약을 부가한 보험에 가입했습니다.
2021. 4. 경 산부인과에서 조직검사를 받았고, 조직검사보고서에는 '중등도 자궁경부이형성증(CIN2, HSIL)'이라고 진단명이 기재되었습니다.
피보험자는 HSIL 임을 강조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르면 이는 제자리암(M8077/2)에 포함되는 것으로 피보험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유사암 진단비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의 재판부는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제자리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① 7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머리말 및 제1편 해설 중 개정방향에는 'WHO가 권고한 국제질병분류(ICD-10)와 종양학국제질병분류(ICD-O)의 최근 변경내용을 반영하되 국제질병분류가 우리나라 임상 현장상황 및 국가차원의 질병통계작성 등을 위한 세분화 분류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질병관리를 위해 국내 실정에 맞도록 분류 세분화를 개선하였다.'는 취지가 있는 점을 보면, WHO가 권고하는 국제질병분류 기준은 7차 KCD 작성에 참고가 된 기준일 뿐 KCD의 상위 기준이라고 볼 수 없다.
② 7차 KCD 에 의하면 자궁경부의 제자리암종(D06)에는 자궁경부상피내신생물 CIN 3 만 포함되고, 자궁경부상피내신생물 CIN 2는 N87.1에 해당함이 명백하다.
③ 신생물의 조직학적 형태분류는 질병분류코드와 구분되는 별개의 체계로 신생물 형태의 부호화된 명명에 불과하다.
④ CIN 2가 CIN3에 준하는 위험성이 있다해도, CIN2에 대해서도 제자리암종으로 보고 보험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정하지 않는 이상, 그 위험성만으로 보험금 지급의무를 인정할 수 없고, 이와 같이 해석하면 보험금 지급사유 가 매우 불명확해지고 자의적으로 확대 또는 축소될 여지도 있다.
판결의 내용에 대해서 생각해보기전에 먼저 진단서와 보험금 지급의 관계에 대해서 간단히 생각해봅니다.
진단서에 적힌대로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절대 아니다.
의사가 내준 진단대로 보험금을 받으면 될텐데, 위 판결에서 대체 왜 저런 이야기들을 하는지 간단히 얘기해보겠습니다.
병원에 가서 만난 의사에게 진단서를 달라고해서 받아보면, 진단명에 뭔가 써 있습니다.
암이라고 되어 있을수도 있고, 제자리암이라 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한글로 적힌 진단명 우측에 보면, "질병분류번호"라고 기재된 란이 보입니다.
그곳에는 한자리 영어와 두자리 혹은 세자리 숫자로 조합된 문자가 적혀 있습니다. 이것이 좌측에 한글로 적힌 진단명에 대응하는 kcd 상의 질병분류코드입니다.
보건행정적으로 어떠한 질병이 어느 정도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는 중요합니다. 통계청이 한국에 존재하는 여러가지 질병을 분류해 각 질병마다 특정한 문자를 부여해 놓은 것입니다.
이러한 분류는 통계청이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질병 발생에 대한 국제적 비교를 가능케하기 위해 각국은 동일한 분류 기준을 적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집계합니다.
예를 들어 전 세계적으로 암 발생 및 사망률에 관한 통계를 표준화하기 위해서는 여러 국가들이 자신의 국민에게 발생한 암을 분류하는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하는 것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러한 기준을 제시하고 회원국들이 이에 따르고 있습니다. 특히 종양에 대해서는 종양의 국제질병분류(ICD-O)가 이런 분류체계로서 작용하는데, 이 분류 체계는 종양의 해부학적 부위(Topography)와 조직학적 형태(Morphology)를 기반으로 이원 분류 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질병이 계속해서 생김에 따라 질병분류기준도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WHO 기준의 국내 반영 시차가 야기하는 혼란

WHO 기준이 업데이트 됨에 따라 새로운 질병이 추가되기도 하고, 세분화되었던 질병이 합쳐지기도 하고, 악성종양으로 보던 것이 제자리암이 되기도 하며, 제자리암이던 것이 악성종양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또 어떤 질병이 제자리암으로 분류되기도 하죠.
그런데 WHO 기준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한국에서 발생한 질병은 KCD에 따라 분류됩니다. 그리고 KCD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절차를 통해서 통계청이 수년마다 한 번씩 개정을 합니다.
이러한 시차로 인해서 WHO 의 질병분류 기준이 KCD에 반영되지 못하는 기간이 존재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외국에서는 암으로 분류되고 있는 질병이 한국에서는 암으로 진단받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의사들은 국제적 기준 변경에 민감해 그 기준을 따라 진단을 변경해 나갑니다. 그래서 KCD가 변경되기 전이라도 어떠한 질병의 분류 방식이 변경돼 국제적으로 암으로 인정받고 있다면, 진단서 상에 해당 부위에맞춘 암 진단코드를 부여합니다. 뇌하수체 선종은 현재 KCD기준에 따르면 D35.2로 분류될 수도 있지만, 현재는 많은 의사들이 뇌암으로 진단을 내리고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다만 이 과정 중에서도 의사마다 질병에 대한 견해가 다르기 때문에 WHO 기준 상 조직학적으로 악성종양으로 구분이 된다고 하더라도 생명에 큰 문제가 없다면 경계성이나 양성신생물로 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KCD의 내용이 명확하게 바뀌기 전에는 기존의 KCD 적용방식대로 코드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고 있는 것은 전부 임상의사, 즉 환자가 병원에 가서 직접 만나는 의사를 말합니다.
진단비 보험금의 지급 구조

그럼 WHO 기준에 따른 진단 혹은 질병분류가 보험금 청구에 있어서 유효한 것일까하는 의문이 듭니다.
진단비 보험의 경우 약관을 살펴보면,
"암으로 '진단 확정'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되어 있고, 여기서 진단확정은 임상의사가 아니라 '병리과 또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에 의해 '병리학적 진단방법'에 따라 내려져야 합니다.
그러니까 임상의사가 발급해주는 진단서가 아니라, 우리는 만나지 못하는 병리과의사가 작성하는 조직검사결과지에 기재된 진단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병리과의사들도 조직검사결과지에 진단을 기재하는데, 여기에 KCD 질병분류코드를 기재하지는 않습니다. 대부분 영어로만 해당 질병이 무엇인지 기재합니다. 임상의가 이 영어기재를 보고, KCD를 부여하는 것입니다. 물론 임상의가 기계적으로 질병을 분류하는 것은 아닙니다. 임상의는 병리의가 경계성종양이라 진단해도 환자의 상태 등을 감안해 KCD 상 암에 해당한다고 진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쨌든 생각해보면 사실 중요한 것은 병리의사의 진단입니다.
그런데 보험약관은 병리의사에 의해 '진단확정'되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하면서도, KCD 질병분류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해두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자신의 질병이 KCD 어디에 해당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소송을 진행해서 감정을 하기 전에는, 주치의(임상의)에게 KCD 질병분류가 기재된 진단서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경우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이미 WHO 기준에 따라 암으로 분류되고 있으나 아직 KCD상에는 암으로 구분되지 않는 경우 혹은 임상의의 판단에 따라 암이 아니라는 진단서를 발급받게 될 수 있습니다.
또 WHO 기준으로는 제자리암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KCD 상에는 불분명하거나 제자리암으로 분류될 수 없는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리해보면, 임상의사로부터 어떤 내용이 기재된 진단서를 발급받았느냐 보다는, 병리의가 조직검사지에 기재한 진단이 KCD 상 어디에 해당할 수 있느냐를 가지고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책임의 존부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상의가 어떤 진단서를 발행했든, WHO 의 기준이 변경되어 그 변경된 기준에 비추어 생각해 볼 때, KCD에 따른 분류 역시 환자의 보험금 청구에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면 보험금 지급책임이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병리학적으로 경계성 종양에 해당하나 임상적으로 악성에 해당하니 암 보험금 지급책임이 있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이미 법원에서 수차례 부정되었습니다.
한편, KCD 적용에 대한 부분이 실제로 소송에서 감정을 해보면 의사들마다 견해가 다 다릅니다. WHO의 변경된 질병분류에 맞춰 KCD 에서도 그에 대응하는 코드를 부여할 수 있다는 의사들도 있고, WHO는 WHO고 KCD는 KCD니 기존의 분류방식에 따라 그대로 의견을 회신하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자신들의 임상경험이 감정 회신에 상당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CIN2 는 KCD에 따라 N87.1로만 분류되어야 할까
이제 다시 오늘의 판결로 돌아오겠습니다.
해당 판결은, WHO가 권고하는 국제질병분류 기준이 7차 KCD 작성에 참고가 된 기준일 뿐이라고 하였는데, 애국심 넘치는 판단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 부분에 대해 재판부가 상당히 오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 KCD는 WHO의 질병분류를 충실히 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일부 국내에만 있는 질병분류가 있지만 이 역시 WHO기준을 따르되 국내정세에 맞게 WHO의 특정 질병분류에서 그 아래에 세분화하여 코드를 부여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WHO는 참고 기준의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닙니다.
또 해당 재판부는 7차 KCD 에 의하면, 자궁경부상피내신생물 CIN 2는 N87.1에 해당함이 명백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KCD 2권 '분류부호 부여 기본지침'에 따르면, "분류부호를 부여할 때에 는 분류부호부여 전에 반드시 KCD 제3권 색인과 제1권 둘 다 참조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고, 이 사건 피보험자가 받은 HSIL을 색인에서 찾아보면, D06.9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재판부는 "신생물의 조직학적 형태분류는 질병분류코드와 구분되는 별개의 체계로 신생물 형태의 부호화된 명명에 불과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조직학적 형태분류는 질병분류코드와 상호 보완적으로 사용되어 신생물에 대한 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KCD에도 "신생물을 분류할 때는 부위에 추가하여 형태 및 행동양식도 고려해야만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재판부는 위험성만으로 보험금 지급의무를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는데, 이 사건은 위험성만 문제가 된 것이 아니라 해당 질병에 대한 WHO의 분류기준이 변경되어 그에 따른 판단을 구하는 것이므로 이 부분 판결이유는 별 의미가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오늘은 최근 부산지방법원에서 CIN2 진단을 받은 환자에 대해 제자리암을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을 소개하면서, 왜 병원에 가서 발급받은 진단서 대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가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해보았습니다.
현재도 자궁경부이형성증에 대해서 CIN2가 조직검사결과지에 기재된 경우에 대부분 임상의들이 제자리암 코드(D06)를 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경된 분류방식[ICD-O-3.2 (2nd revision)]에 따를때, 이제 자궁경부이형성증은 HSIL과 LSIL로 구분되고, HSIL 의 경우 현재의 KCD에 따를 때에도 제자리암 부여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그래서 일부 보험사의 경우는 제자리암 보험금을 지급하고 일부 보험사는 지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암진단비와 관련해서 보험사와 분쟁 중이라면, 언제든 연락주시면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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