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보험 전문 변호사, 손해배상 전문 변호사 한세영 입니다.
오늘은 과거에 알코올성 간염으로 치료받은 사실에 대해서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하고도 질병사망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한 판결을 소개합니다.
사실관계를 시간 순으로 간략하게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날짜 | 발생 사건 | 비고 |
2011. 6. ~2012. 12. | 입원치료 | 병명 : 알코올성 간염 |
2015. 4. 9. | 보험 가입 | 고지의무 위반 |
2017. 5. 9. | 사망 | 직접사인 : 간경화 |
2019. 1. 30. | 면책통보 |
A 씨는 2015. 4. 9. 생명보험에 가입하면서, 질병사망 담보(보장금액 : 1억 5천만 원)를 특약으로 부가하였습니다.
그런데 청약서 작성 시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 중 아래 두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고 답변하였습니다.
4. 최근 5년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의료행위(입원, 수술, 계속하여 7일 이상 치료, 계속하여 30일 이상 투약)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아니오"
5. 최근 5년 이내에 아래 10대 질병(암, 백혈병,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간경화증, 뇌졸중증, 당뇨병, 에이즈 및 HIV 보균)으로 의사로부터 진찰 또는 검사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의료 행위(질병 확정진단, 치료, 입원, 수술, 투약)를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
"아니오"
A 씨가 간경화로 사망하자 수익자는 질병사망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고 하였으나, 보험사는 A 씨가 5년 이내에 알코올성 간염으로 입원치료를 받았음에도 위와 같이 질문사항에 '아니오'라고 대답함으로써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 의무)를 위반하였고, 알코올성 간염이 계약 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이므로, 질병사망 특약에 따라 보험금 지급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아래에서 설명하겠지만 이 사건 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으로 해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특약 규정에 따라 면책 통보를 한 것입니다).
한편 A 씨가 가입한 질병사망 특약의 약관은 아래와 같이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상법에 따르면 보험사는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 의무) 위반으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보험금을 안 줘도 됩니다(상법 651조, 655조).
언뜻 보면 A 씨는 보험을 가입할 때 사실과 다르게 청약서 상 질문 사항 4.에 "아니오"라고 답했으므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줄 책임이 없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판결을 내린 판사님도 질문 사항 4.에 대해서는 A 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런데 생명보험 약관은 보장개시일로부터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하지 않고 2년이 지나면 계약을 해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A 씨는 보험에 가입하고 2년 1개월 후에 사망하였으므로, 보험사가 고지의무 위반으로 해지를 할 수는 없었죠. 그래서 특약에 면책 규정을 주장해서 보험금을 못 주겠다고 한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A 씨의 고지의무 위반 여부가 아니라 질병사망 특약 면책규정의 적용 여부입니다.
그러니까 'A 씨가 알코올성 간염으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질병사망 특약 면책 규정 중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과거에 진단 또는 치료를 받은 경우"에 해당한다면,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다고 판단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이 판결의 재판부는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과거에 진단 및 치료를 받은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습니다."라는 규정 중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의 의미가 청약서 상 설문에 따라 고지할 대상이 되는 의료 행위의 원인되는 모든 질병이 아니라 청약서상 질문 사항 5. 항에 규정한 10대 질병{암, 백혈병, 협심증 ...}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한정해서 해석하였습니다.
그런데 A 씨가 보험 가입 전에 치료받은 질병은 10대 질병에 포함되지 않는 '알코올성 간염'이었고, 따라서 재판부는 A 씨가 고지의무를 위반하긴 하였지만, 보험사가 질병사망 특약의 면책 규정에 따라 보험금 지급의무를 면할 수 없으므로, 보험사에게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사항의 질문 내용을 보면, 질문 내용이 '어떠한 질병을 앓고 있는지'보다 '어떠한 의료 행위를 받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질병명을 언급하면서 물어보는 것은 10대 질병으로 진단 및 치료 등을 받았는지 물어보는 질문이 있지요.
청약서 상 질문이 이렇게 대부분 의료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보험사는 질병사망 특약에서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으로 진단(치료)를 받은 적이 있으면 보험금을 주지 않겠다고 정해놓았습니다. 아마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을 '고지할 의료 행위의 원인이 된 모든 질병' 정도로 의도해 약관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사건의 재판부는 청약서 상의 질문사항들과 질병사망 특약의 규정을 함께 볼 때 질문 사항 5. 항에 규정한 10대 질병만이 특약에서 말하는 '청약서상 계약 전 알릴 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아쉽게도 이 사건의 판결문에는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하면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라는 약관규제법 5조를 적용하기 위한 세부적인 논증(해석의 다양성 및 각 해석의 합리성 인정 여부에 관한 논의)은 빠져있습니다.
정리하면 이 판결은 피보험자가 고지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지만, 생명보험 약관에 따라 기간의 경과로 고지의무 위반에 의한 해지가 불가능한 경우 별도로 특약상 면책 조항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판결입니다. 이 사건의 재판부는 위와 같은 경우에도 특약의 면책규정이 별도로 기능한다는 보험사의 주장이 상법상 불이익변경 금지의 원칙 등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고, 바로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라는 약관규제법을 적용하여 특약의 해석상 10대 질병만 면책할 수 있는 질병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오늘은 좀.. 어려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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