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보험사기에 관한 상담이 더 많아졌습니다.
상담 내용을 각색하여 가상의 이야기로 만들어 포스팅하면 여러분께 잘 와닿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상이지만 사실일 수도 있는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하죠.
작성의 편의와 독자의 공감을 위해 이번 포스팅은 1인칭 시점으로 작성합니다.
1. 내가 생각했던 보험사기꾼
갑자기 경찰서에서 보험사기 혐의로 조사를 받아야 하니 언제 출석해달라는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나는 보험 사기꾼이 가끔씩 뉴스에서 보던 아픈 데가 전혀 없는데도 아프다면서 입원치료를 받는 양심 없는 나이롱 환자들이거나
일부러 망치로 무릎을 부시거나 칼로 인대를 끊는 무시무시한 자해공갈단들을 이야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경찰서 지능팀 000 수사관이라며 걸려온 전화가 보이스피싱인줄 알고 전화를 끊어버렸고,
혹시나 싶어 114에 전화해서 전화번호를 확인해보니 해당 경찰서가 맞았습니다.
2. 그런데 내가 보험사기꾼이라고?
나는 평범한 50대 후반의 주부입니다.
그저 그런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대학을 가지 못했고, 비슷한 형편의 남편을 만나 자녀 둘을 키우고 살기 위해서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책상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은 많이 없었습니다.
내 몸은 약 30년 동안의 힘든 노동 덕에 많이 망가져 있었고, 몇 년 전 폐경이 온 뒤로는 골다공증이 지긋지긋하게 나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십 년 전 사고로 왼쪽 다리가 골절되었는데,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을 했다가 허리디스크와 간염에 감염된 사실까지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었고, 간염 덕분에 간단한 치질 수술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훨씬 길게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나마 15년 정도 전부터 하나 둘 주변의 추천 혹은 요청으로 가입해 둔 대여섯 개의 보험에서 입원일당 보험금을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매달 30~40만 원 정도 드는 보험료가 만만치 않았지만 입원 치료를 받는 동안 어려워도 보험을 해약하지 않고 유지하길 잘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내가 보험사기꾼이라요.
3. 경찰 조사
경찰서에 가서 만난 담당 수사관은 10년 전부터 내가 보험금을 청구한 내역과 내가 치료를 받아 온 병원의 서류들을 한 뭉치 들이밀면서
굳이 입원치료를 할 필요가 없었으면서 입원일당 보험금을 받으려고 장기입원한 게 아니냐고 따져 물었습니다.
아니라고 몇 번이고 대답했지만, 어딘가의 전문가의 견해라면서 내가 입원한 병명으로는 보통 사람들이 평균 5일 정도 입원하는데,
나는 두 배, 세 배나 많이 입원했으니 결국 보험금 더 받으려는 목적으로 입원한거 아니냐며 계속 몰아붙였습니다.
나는 경찰서에 가기 전까지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이고, 수사관에게 잘 얘기하면 아무 일 없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입한 보험사들은 이미 경찰서에 내가 보험 사기꾼인 거 같으니 조사해서 처벌해달라는 서류를 제출해 두었고,
수사관은 내가 가끔씩 뉴스나 드라마에서 봐오던 보험사기꾼인 것처럼 나를 취급했습니다.
너무 당황스럽고 억울하면서도 화가 나서 이 상황을 빨리 벗어나고 싶었기에
그래 맞다 내가 다 보험금 받으려고 안 아픈데 입원했다 말할까도 생각했지만,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에 혐의를 전부 부인한다고 하고 조사를 마쳤습니다.
4. 배신감과 억울함
나는 육체적인 일을 하다 보니 나중에 아플 일이 걱정되었고, 그래서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여러 개의 보험을 들고 보험료를 열심히 납부했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혹여나 나중에 자식들 발목 잡지 않는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사고가 나거나 몸이 아파서 입원하긴 했지만, 의사 선생님들의 말씀에 따라 입원해서 치료를 받은 것뿐입니다.
어떤 때는 신약이 나왔으니 투약 후 입원해서 경과를 살펴보자고 한 적도 있고,
갑자기 치료 중 간 수치가 너무 높이 올라 퇴원을 미룬 적도 많습니다.
오래 입원하게 되면 갑갑해 스스로도 싫었고 남편의 눈치도 보였지만, 나는 의학적 지식이 없으니 의료진의 지시에 잘 따랐을 뿐입니다.
내 몸이 아파 오랜 기간 자주 입원한 것도 슬프고 서러운 일이었는데,
내게서 열심히 보험료를 받아 간 보험사들은 이제 나를 보험사기꾼으로 처벌해달라고 하니 배신감이 들고,
내 입장을 이해해 줄 것이라 생각한 경찰관은 보험사 말만 믿는 것 같아 너무 억울합니다.
자녀와 함께 변호사를 찾아가서 물어보니 실형을 살 수도 있다는 말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5.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 상황
나는 사람을 죽이거나 남의 것을 훔치면 안 된다는 것을 압니다.
그것은 선험적으로도 알고, 배워서도 압니다.
살인과 절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해야 하는 이유를 어려운 말들로 적어 놓은 판결문을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압니다.
그런데 보험은 보험사와 내가 서로 맺은 계약일 뿐입니다.
나는 일정한 주기로 보험료를 내고 대신 보험사는 나에게 어떠한 일이 생기면 그에 따라 서로 약속한 보험금을 주기로 한 것입니다.
내가 일부러 다친 것이 아닌 이상 보험사는 약속한 대로 보험금을 줘야 합니다.
나는 수 년 동안 보험료를 내다가 아파서 입원을 했고 그래서 약속한 대로 보험금을 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내가 보험사기꾼이라니요.
지금 티비를 틀어보세요. 어디든 한 군데는 꼭 보험광고를 하고 있을 겁니다.
보세요. 다들 자랑스럽고 떳떳하게 보장, 보장, 보장이란 단어를 사용합니다.
약속한 대로 보험금을 주겠다는 것을 보장한다는 것 아닌가요.
보험에 가입할 때 누구도 나에게 입원일당을 담보로 많이 넣고 보험금을 많이 타면 나중에 보험사기꾼이 될 수 있다고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내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사, 설계사, 혹은 정부 등등 누구 하나라도 나에게 그런 말을 해줬다면
나는 내 피 같은 돈을 내면서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이 상품은 입원일당이 이만큼이나 나오니 지금 아니면 가입하지 못한다며 그들을 통해 가입을 권유받았을 뿐입니다.
나는 조금 더 입원해 치료를 받겠다고 고집을 피운 적이 없습니다.
보험사는 내가 신청한 보험금이 조금 많으면 몇 번이고 직원을 보내서 조사를 마친 이후에 보험금을 지급해줬으면서도,
이제 와서 내가 부당하게 장기 입원을 한 보험사기꾼이라 합니다.
그럴 거면 대체 왜 직원을 보내서 병원 서류를 다 발급받아 갔고, 주치의에게 적정한 치료인지는 왜 물어보고 간 것인가요.
보험사가 정말 내게 속아서 보험금을 지급한 것인가요.
나는 이 상황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곧 받을 재판에서,
만약 내가 유죄로 인정되어서 보험사기꾼이 된다면,
판사가 아무리 명문장으로 내가 보험사기꾼인 이유를 적어 놓는다고 하더라도
나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보통 상담 과정에서 듣게 되는 보험사기 사건 피의자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어떠한 법률적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는 보험 가입자들이 보험사기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되었을 때
드는 생각이나 느끼게 되는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사회생활을 하면서 주변의 권유와 부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가입한 보험이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오는 경우입니다.
다른 점을 다 차치하고서라도 현재 보험사기 사건의 피의자 중에서 50~60대 여성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사실만 살펴보더라도,
보험사의 보험사기꾼 의심자 선별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의 포스팅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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