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이 좋아서 보험 사기꾼이야기를 하나 더 써볼까 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이 글은 가상입니다.
정말입니다.
1. 암 진단과 보험금 청구
얼마 전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갑자기 약 8년 전 암으로 치료받았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 이후 아무런 이상 없이 잘 지냈기 때문에 병원을 방문하면서도 암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은 몸 상태와 과거력을 확인한 다음 제게 입원 후 조직 검사를 해보자고 했습니다.
아닐 것이라 생각했지만 조직 검사 결과 암으로 진단받았습니다.
앞으로 있을 장기간 치료와 그동안 아내와 아이가 겪을 고단함에 머리가 아파졌습니다.
몇 주 동안 치료를 받으며 마음을 추스르던 중 딱 하나 들어놓았던 암 보험이 생각났고,
병원에서 이것저것 서류를 떼서 암 진단금 청구를 하였습니다.
2. 내 보험이 무료라고?
보험금 청구서가 접수되자 보험회사 직원인 것 같은 사람이 찾아왔고,
보험금 지급을 위해 필요하다며 몇 가지 동의서를 받아 갔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사전에 아무런 연락도 없이 보험회사는 제가 보험료를 납부해온 은행 계좌로
몇 십만 원 정도 되는 돈을 이체해주었습니다.
청구한 암 진단금이 수천만 원이었기 때문에 이 돈이 대체 뭔지 궁금해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보험사 담당자는 제가 보험 가입 전에 암을 진단받은 상태였으므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되었고,
그래서 제가 이때까지 납부한 보험료를 돌려주었다고 얘기하였습니다.
아니.. 수년 넘게 보험료를 납부한 제 보험이 갑자기 무효라고요?
3. 무시무시한 보험회사 직원과의 만남
많이 당황스러웠지만 보험사 직원의 말이 맞겠지 하고 보험금을 받는 것은 포기해야겠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치료가 조금씩 길어지면서 마음 한편에 억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괜찮아 보이는 손해사정사를 만나게 되었고,
손해사정사의 도움을 받아 보험사에 보험금 지급을 다시 요청했습니다.
며칠 후 이전 담당자가 아니라 보험사의 다른 직원이 전화가 와서 서류를 받을 것이 있으니 만나자고 하였습니다.
별생각 없이 몇 시간 뒤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습니다.
보험사 직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제가 보험사기꾼에 해당한다며 검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그리 강단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평범한 직장인일 뿐이고, 경찰서에 가본 일도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보험사 직원이 갑자기 저를 검찰에 고소할 예정이라고 하니 정말 눈앞이 깜깜해졌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손발을 벌벌 떨면서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보험사 직원은 종이 한 장을 내밀면서 기회를 줄 테니 여기에 사인을 하라고 했습니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보험금 청구 포기서'
원래 포기했던 보험금이니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사인을 하고 말았습니다.
4. 알고 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었다?
며칠 동안은 카페에서의 일을 생각하기도 싫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보험이 무효라고 하면서 아무 말 없이 보험료까지 돌려주고는
왜 굳이 보험금 청구 포기서까지 받아 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서 보험전문 변호사를 검색한 뒤 그동안 보험금 청구를 위해 발급한 서류들을 들고 가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변호사는 보험회사 직원과 상당히 다른 입장이었습니다.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해보니,
보험 가입 전 보험사고 발생 규정에 해당하지 않아 보험계약이 무효가 아닐 가능성이 훨씬 더 높고,
고지의무가 문제 되는 상황도 아니며, 보험 사기로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그것보다 제가 써준 보험금 청구 포기서가 더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다시 보험금 청구를 하면 보험사가 저를 고소할 것이니
만약 보험금 청구를 다시 한다면 경찰 조사에 대응할 준비를 먼저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아내, 자식, 직장 등 저는 지킬 것이 많은 평범한 한국의 중년 남성입니다.
그깟 보험금 없어도 사는데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괜히 다시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형사재판을 받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 싫습니다.
그렇지만 정당한 내 권리를 빼앗겼다는 생각과 함께 억울한 감정이 자꾸자꾸 생겨납니다.
게다가 만약 제가 옳다는 것이 증명되어서 보험금을 받게 되더라도,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으며 어렵게 견뎌야 할 그 기간에 대해서 어떤 보상도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가 보험 사기꾼이 아니라고 밝혀지더라도 보험사나 그 직원들은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것에 더더욱 화가 납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저는 다시는 아무런 보험도 가입하지 않을 것입니다.
내방한 당사자가 위와 같이 말하는 상황이라면,
보험사에게 보험금 지급 책임이 있는 것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아무리 높은 상황이라도,
쉽사리 보험금 청구를 진행하자고 권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발병 사실을 고의로 숨기거나 사고를 조작하여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람들을 처벌해야 함은 당연하지만
보험사기특별법 시행 이후 보험사기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10명의 범인을 잡지 못해도, 1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무죄추정의 법 원칙이 너무나 가볍게 여겨지고 있지 않나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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