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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보상

고지의무 위반, 보험계약 해지, 보험금 부지급

고지의무와 관련한 글입니다.

고지의무에 관해서는 웹상에 상당히 많은 글들이 작성되어 있어 포스팅에 흥미가 없었는데,

의뢰인의 요청으로 간략하게 정리하는 차원에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역시 최대한 쉽게 써보겠습니다.

 

 

 

 1. 고지의무(계약 전 알릴 의무)란?

 

 

보험계약자(또는 피보험자)는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보험계약에 있어 '중요한 사항'을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는데,

이를 고지의무라고 합니다.

만약 중요한 사항을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알리지 않는 경우(사실과 다르게 알리는 경우도 포함)

보험회사는 이를 안 날로부터 1개월 안에 보험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는 보험사고 발생의 위험률을 기초로 보험금액에 맞춰 보험료를 정하게 되므로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자의 이런저런 사항에 대해 알 필요가 있겠습니다.

 

© Aymanejed, 출처 Pixabay

 

 

무엇이 '중요한 사항'인지에 대해서 우리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험회사가 서류로 질문한 사항은 '중요한 사항'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상법 제651조의 2)

우리가 보통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청약서의 질문표상에 있는 내용들은 다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통하여 진단을 받았거나... 이러한 내용들 기억나시죠?)

그러니까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서 사실대로 기재하지 않으면 나중에 보험사고가 발생해도 보험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사실대로만 알려주면 되니까요.

그런데 보험 분쟁의 절반(?) 정도는 이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 kentreloar, 출처 Unsplash ​

 

 

 

 2. 왜 고지의무 위반이 일어날까

 

 

(이 부분은 사견이 강하므로 정보 수집이 주된 목적인 방문객은 넘어가셔도 무방합니다.)

고지의무 위반에 관한 분쟁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보험설계사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주변으로부터 소개받은 설계사들을 통해 보험계약이 이루어지는데,

일부 설계사들은 보험계약을 더 수월히 성사시키기 위해서 고지의무의 중요성을 제대로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보험계약자는 보험을 가입하면서 이러한 부분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질문표에 모두 '아니오'라고 체크하는 것입니다.

이게 보통 고지의무와 관련하여 설계사들을 탓하며 하는 이야기인데,

개인적으로는 이것보다 현재 보험계약자가 고지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방식이

보험계약자로 하여금 오히려 고지의무를 위반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점이 분쟁 발생에 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ijmaki, 출처 Pixabay

 

일반 보험계약자들은 과거 병력과 건강 상태 등에 대해서 정확하게 기억을 못 하거나,

기억을 한다고 하더라도 아주 세세한 사항에 대해서는 이것이 중요한 사항인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중요한 사항인지 아닌지 의견이 분분해 수년간 소송이 진행되면,

그 소송의 판결에서 어떠한 사항이 중요한 사항이다 아니다 결론이 나기도 하는데, 일반 계약자들이 알 수가 없는 것이죠.

그러니까 애초에 질문표에 질문 자체가 상당히 포괄적이고 두루뭉술하게 되어 있는데,

계약자가 고도의 판단력으로 보험회사가 알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준의 사항들을 선별해서 기재해야 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과거 5년 동안의 진료내역을 모두 확인한 다음 하나하나 기재해야 겠지요.

 

 

© gunaivi, 출처 Unsplash

 

 

또한 청약서의 질문표 구조를 가만히 살펴보면, 질문에 대해서 '예'와 '아니오'로만 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혹은 '잘 모르겠다'가 없는 것이죠.

혹은 '니가 찾아봐라' 등..

위와 같은 제3의 선택지가 없고, '예'와 '아니오'만 있는 질문표로 고지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법원은 계약자가 '아니오'라고 체크를 하였는데, 실제로는 과거에 진단 등을 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면,

일응 중과실로서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보험회사가 비용을 받더라도 보험계약자로부터 동의를 받아 스스로 확인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은 어떨까요.

게다가 우리 법원은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수령권을 인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고지의무의 상대방은 '보험회사'입니다.

 

 

 

 

그러니까 보험설계사에게 구체적으로 과거 병력을 이야기하더라도, 청약서에 기재하지 않으면 고지의무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 tommyzwartjes, 출처 Pixabay

 

이처럼 현재 고지의무를 이행하는 방식은 보험계약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구조로 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자로부터 동의를 받아 피보험자의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조회하도록 하고 그 비용을 보험료에 일부 반영하는 하거나 보험설계사에게 고지수령권을 인정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봅니다.

그렇지만 현재의 구조가 보험회사에 매우 이익이 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자발적 변화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참고로 이러한 부분과 관련해서 최근 금융감독원은 간편심사보험에 가입할 때 고지항목 중 최근 3개월 내 입원·수술·추가검사 의사소견 등 진료기록부에 기재된 사항은 제외하도록 행정지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3. 관련 법률적 쟁점들

 

소송상 주로 다투는 부분에 대한 판결들을 간략히 소개합니다.

고지의무 위반과 민법상의 착오·사기가 경합하는 경우 보험회사는 어느 쪽에 의해서든 보험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 이미 보험금을 지급받았더라도 고지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보험회사는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계약자는 보험료를 돌려달라고 할 수 없습니다(해지의 장래효).

© neonbrand, 출처 Unsplash ​

 

▷ 고지의무를 위반한 부분과 보험사고 발생 사이에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예를 들면, 고혈압 진단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백혈병에 걸린 경우(대법원 2010. 7. 22. 선고 2010다25353판결),

또는 관절염·좌골신경통을 동반한 요통으로 치료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는데

'우측 견관절 회전근개 파열'로 보험금을 청구한 경우(전주지방법원 2012. 7. 18. 선고 2012나1316 판결)

고혈압 사실을 고지하지 않았는데, 저체온증으로 사망한 경우(서울중앙지법 2019. 1. 17.선고 2018가합524967 판결)

이 경우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하더라도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단, 이에 대한 입증책임은 보험계약자에게 있습니다.

 

 

© suehughes, 출처 Unsplash

 

 

 

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해서 바로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는 것은 아닙니다.

 

© PublicDomainPictures, 출처 Pixabay

 

 

 

 4. 마치며

 

현재 고지의무를 이행하는 방식은 보험계약자에게 상당히 불리한 구조인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지의무 위반과 관련한 사안을 실제로 상담해보면,

보험회사가 고지의무 위반 사실과 발생 결과 사이에 인과관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는 사안에서도,

고지의무 위반을 주장하는 경우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보험금액이 큰 경우에는 형사절차를 진행할 수도 있다며 압박하기도 하죠.

설사 보험사에게 고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계약자의 고의 중과실 인정 여부에 따라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