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험전문 변호사 한세영입니다.
보험회사가 제기하는 보험금반환청구(부당이득반환) 소송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이 소송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이 무효라면서 줬던 보험금을 다시 내놓으라며 제기하는 소송입니다.
1. 왜 줬다가 뺏는데?
보험회사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줬던 보험금을 다시 내 놓으라고 소송을 제기합니다.
하나는 보험 사기로 보험금이 지급된 경우 이를 돌려달라는 경우입니다.
다른 하나는 보험계약이 무효니까 줬던 보험금을 다시 돌려달라는 경우입니다.
전자는 다른 글에서 하나하나 케이스별로 포스팅할까 하고,
오늘은 후자에 대해서만 얘기하려고 합니다.
전자의 경우는 보통 고소와 형사재판이 이루어지지만,
후자는 선행 형사절차 없이도 진행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2. 보험계약이 왜 무효라는 걸까.
보험회사는 보험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보통 2005다23858판결을 그 근거로 제시합니다.
대법원은 '사행심 조장', '위험발생의 우발성 파괴', '다수의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희생 초래'하므로 보험제도의 근간을 해치게 된다는 점에서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의 보험계약은 취소할 수 있는 대상을 넘어서 아예 무효라고 합니다(보험회사가 앵무새처럼 제시하는 논거들이라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해당 사건에서 재판부는 보험계약자의 재산상태, 다수의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계약의 규모, 보험계약 체결 후 정황 등을 고려해서, 보험계약자가 보험사고를 가장하거나 혹은 그 정도를 실제보다 과장하여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보험사고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받기로 보험회사와 계약을 하고 보험료를 납부했는데, 설사 보험계약이 여러 건이라 하더라도 후발적으로 보험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다니 쉽게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그냥 보험회사와 계약자 사이에 불법행위의 법리로 문제를 해결하는 정도로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사실 저 사건의 사실관계를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보험계약자는 수억의 빚에 시달리고 있었고, 약 100건의 보험계약을 체결하였으며, 허위로 보험금 청구를 해서 징역형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위 대법원 판결 이유 중에서 제가 인용한 부분은 해당 재판부가 99다49064 판결의 판결 이유에서 그대로 따온 것인데요.
99다49064 판결은 2005다23858 판결의 사실관계와는 또 결이 좀 다릅니다.
99다 49064판결은 피보험자를 살해하여 보험금을 받을 목적으로 생명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피보험자를 살해한 경우입니다.
이 정도라면 정말 반사회적 행위니 보험계약을 무효라고 할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이렇게 꼭 필요한 경우에만 보험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을까요.
3. 문제는..
앞의 판결들의 사실관계를 보면 정말 사기꾼이고 못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들리실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보험사가 저런 사람들에게만 보험금반환청구 소송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보험사는 진실로 치료가 필요해 치료를 받은 뒤 보험금을 청구해 지급받은 계약자들에게도,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였으니, 보험계약이 무효이고,
받은 보험금을 모두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보험사가 정확히 어떤 내부 기준에 따라 보험금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간의 경험으로 추측해보면 입원일당이 고액으로 여러 보험사에 가입되어 있고,
수년간 입원치료를 받아 상당한 보험금을 지급받은 환자에게 주로 반환 청구를 하는 것 같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질병의 종류도 많아졌지만 그에 따른 치료의 방법도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환자는 치료가 더딘 경우 입소문으로 여기저기 다른 병원을 찾아 옮겨 다니는 경우도 많고,
의사가 이런저런 치료를 권유해 그에 따라 치료가 길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원도 영리를 추구하는 곳이니까 환자가 오래 많이 치료받으면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소위 나이롱 환자가 아니라 정말 아파서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에게도 보험사가 보험금반환소송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4. 게다가
보험사는 보통 바로 소장을 내지 않고 보험금을 돌려달라는 지급명령을 신청하는데,
고객이 지급명령에 이의를 제기하면, 대부분 조정 절차로 진행하게 됩니다.
조정 절차에서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제 소송이 시작됩니다.
보험사는 소송절차에서 고객의 금융정보, 과세정보, 병원치료정보 등 수십 건의 정보를 조회하는 신청을 법원에 합니다.
당연히 소송 기간이 엄청 길어지겠죠.
여기서 문제가 보험사는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보험금을 지급해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네.. 의료실비보험금 지급 안 해줍니다.
심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압박이죠.
5. 마치며
만약 부당이득(보험금)반환청구 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즉 보험계약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면, 그간 받았던 보험금을 이자까지 쳐서 돌려줘야 하는데,
그 금액이 보통 수천만 원에 이릅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지요.
본인의 떳떳함만으로 소송에서 승소하는 것은 아니니 부디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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