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보험전문 변호사 한세영입니다.
지난 글에 이어서 보험회사와 여러 가지 분쟁 중의 한 모습을 소개할까 합니다.
1. 슬픈 배경 이야기
김사고 씨가 보험을 하나 가입했는데,
이 보험에는 ① 사고가 나서 몸에 장해가 남으면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한다고 하고 있고,
동시에 ② 사고로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고도 하고 있다고 치죠.
어느 날 김사고 씨는 큰 사고를 당해 병원생활을 시작하였고,
열심히 치료를 했지만 사망하고 말았습니다.
2. 문득 드는 의문
김사고 씨가 가입한 보험에는 사고로 장해가 남아도 보험금을 준다고 하고, 사고로 사망해도 보험금을 준다고 되어 있습니다.
만약에 김사고 씨가 병원생활을 하는 동안 후유장해가 남은 것으로 진단받았다면,
그때 한 번 후유장해보험금을 받고,
그 이후에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또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러니까
질문 ① 입원치료 동안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해달라고 하는데,
보험사가 장해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던 도중 고객이 사망하였고,
보험사가 사망보험금만 지급한 경우 후유장해보험금도 지급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질문 ② 입원치료 동안 장해를 인정받아서,
후유장해보험금은 지급받은 경우, 이후 사망함에 따라 사망보험금도 지급해달라고 할 수 있을까요?
3. 그전에 장해가 뭔데?
이 부분은 그냥 넘어가셔도 됩니다
▶ 통상 보험 약관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 “장해”라 함은 상해 또는 질병에 대하여 치유된 후 신체에 남아있는 영구적인 정신 또는 육체의 훼손 상태를 말한다.
-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은 장해에 포함되지 않는다.
- “영구적”이라 함은 원칙적으로 치유하는 때 장래 회복할 가망이 없는 상태로서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 상태임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는 경우를 말한다.
- “치유된 후”라 함은 상해 또는 질병에 대한 치료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되고 또한 그 증상이 고정된 상태를 말한다.
- 신경계 장해판정 기준에서 "발병 또는 외상 후 6개월 동안 치료한 후에 장해를 평가한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단기간 내에 사망이 예상되는 경우는 6개월의 범위에서 장해 평가를 유보한다."
▶ 한편 판례는
"호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기간이 매우 불확정적인 상태에 있어 증상이 고정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경우"라고 합니다.
판례는 호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고 있지 않은 반면에 약관은 회복할 가망이 없는 상태로 규정하고 있어 둘 사이에 다소간 차이는 존재합니다.
▶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는
"장애란 부상 또는 질병이 치유되었으나 정신적 또는 육체적 훼손으로 인하여 노동능력이 손실되거나 감소된 상태"라고 규정하고 있죠.
▶ 일반 의학 서적에서는
"질병이나 손상을 치료하더라도 남는 기능저하 또는 형태 변화" 정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장애와 장해에 대해서, 장애가 의학적 용어, 장해가 그 법적인 표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4. 후유장해보험금 지급에 관한 판례의 입장들 - 질문 ①과 관련해서
우선 장해보험금에 대해서,
피보험자의 상태가 약관상 '장해'상태에 해당한다면 후유장해보험금을 지급하여야겠죠.
어떤 상태가 약관상 '장해'상태인지에 대해서 우리 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합니다.
몇 가지 판결을 예로 들어보면,
- 교통사고 발생 후 6개월 뒤 장해진단을 받았으나, 다음 날 사망한 경우 -> 장해 불인정(2008다13968)
- 사고 8개월 후 장해진단 받았으나, 2개월 뒤 사망한 경우 -> 명시적 판단은 하지 않았으나, 불인정하는 뉘앙스(2007다17086)
- 뇌종양으로 장해진단을 받은 뒤 약 3개월 뒤에 사망한 경우 -> 장해 불인정(99다65752)
결국 장해로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충분한 치료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생존해야 하고, 호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상태로 장해진단을 받은 이후에도 상당 기간 생존해야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의사가 어떤 시점에 환자에게 후유장해가 있다고 장해진단을 하더라도, 환자는 보험사로부터 장해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인데요.
이것은 환자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평가(장해진단)와 환자의 상태가 보험약관상 '장해'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률적 평가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5. 그럼 일단 후유장해보험금을 받은 이후에 사망하면? - 질문 ②에 대한 답변
어찌어찌 약관상 장해를 인정받아서 장해보험금을 지급받은 이후에 환자가 사망하였다면, 재해사망보험금도 받을 수 있을까요?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2011다45736)이 있습니다.
오늘의 주제와 관련한 위 판결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쉽게 얘기하면, 그냥 둘 중에 하나만 받으라는 얘기입니다.
6. 비판
개인적으로 위 판결은 도저히 수긍하기 어렵습니다.
보험금은 지급 요건이 달성되면 당연히 지급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면 그에 따른 면책 규정이 약관에 존재해야 합니다.
그런데 위 판결은 반대로 보험약관에 '두 개다 줘도 된다'라는 지급규정이 없으니까 안 줘도 된다는 얘기입니다.
위 판결문을 아무리 읽어보아도 대체 그 근거가 뭔지 알 수 없습니다.
7. 마치며
다소 희망적(?)이지 못한 판결들을 소개해드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안마다 후유장해보험금 지급 여부는 달라지니,
보험금을 청구하실 때에는 꼭 도움을 받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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