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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산재보험급여 수급권자의 유족이 교통사고 가해자 측 보험사로부터 미리 합의금을 수령한 사안에서, 합의 경위 등에 비추어 위 합의금을 산재보험급여 공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본 판결을 소개합니다.
이 판결을 이해하기 위해 간단히 몇 가지 살펴본 후 찬찬히 판결을 소화시켜보겠습니다.
1
교통사고가 동시에 산재사고인 경우
출퇴근 중 교통사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상의 보험급여 지급 대상인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게 된 이후 오늘 소개하는 판결의 사실관계와 같은 일들이 많아졌습니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 제1항 제3호).
쉽게 말하면 현재 출퇴근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면, 가해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보통은 가해자 측 자동차보험사에 손해배상청구를 하게 됩니다)를 할 수 있고, 거기다 더 해 산재처리를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사업주에게 배상 책임이 있거나, 동료가 가해차량을 운전한 경우 대인배상 Ⅱ에서 보상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산재보상으로 발생한 손해가 모두 커버되지 않는 경우 그 초과분에 대해서는 보상이 됩니다)
두 군데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중복해서 보상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산재보험법은 재해 근로자 측이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 가해자로부터 받은 금원만큼은 보험급여를 하지 않는다고 정해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두 보험은 서로 보상하는 내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산재는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지 않지만, 자동차보험 처리의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적용해 배상액을 산정합니다. 그리고 산재는 위자료, 성형치료비를 보상하지 않지만,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상합니다. 그 외에도 사고로 일을 하지 못하게 된 기간 동안의 수입을 산정하는 방식도 서로 조금씩 다릅니다.
마지막으로 피해자가 사망했을 때, 산재보상의 경우 배우자에게 우선권을 주고 있지만, 자동차보험의 경우 민법상 상속순위에 따라 상속인들이 함께 보상을 받습니다.
2
사실관계
위에서 산재보험법은 위자료에 대해서 보상하지 않지만, 자동차보험은 보상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럼 혹시 산재보험금을 받기 전에 가해자 측으로부터 먼저 보상을 받을 경우 명목을 '위자료'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요? 오늘 소개할 사건은 바로 이 부분과 관계된 내용입니다.
A 씨의 남편은 교통사고로 사망하였는데, 퇴근 중 사고라 산재처리도 가능하고 가해차량 측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도 있었습니다. A 씨는 산재처리가 확정되기 전에 먼저 가해차량의 보험사와 1억 4천만 원을 지급받기로 하는 합의를 했는데요.
합의서에는 '소송예상보험금', '공동불법행위자에 대한 일체의 청구권' 등의 문구가 사용되었는데, A 씨는 합의서에 사인을 하면서 수기로 '상기 금원은 가해자 자동차 보험 합의금에 한하고, 기타 다른 보험금이나 사업주에 대한 청구금액을 제외한다.'라는 문구를 기재한 뒤 보험사에 보내주었습니다.
이후 근로복지공단은 A 씨가 받은 합의금 중 일부가 자신들이 지급해야 할 장의비 및 유족급여와 일부 중첩되는 부분이 있으므로 이를 제외하고 지급하겠다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에 불복한 A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1억 4천만 원은 '위자료' 명목으로 수령한 것이거나, 그게 아니더라도 자동차보험사와 산재급여에서 공제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합의하였으므로 공단의 일부 부지급 처분은 부당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3
판결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을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A 씨가 받은 돈이 전부 위자료인지에 대해서,
A 씨가 자동차보험사와 작성한 합의서에는 지급받는 돈이 전부 위자료에 해당한다고 명확하게 기재되어 있지 않는 점, 그리고 사망한 남편의 과실에 비추어 보아 1억 4천만 원은 위자료로 보기에 이례적으로 많은 금액인 점, 합의서에 '소송예상보험금'이란 기재가 있는데 통상 교통사고 손해배상 소송에서 인정되는 손해에는 위자료 외에도 적극적·소극적 손해가 모두 포함되는 점을 들어,
A 씨가 1억 4천만 원을 전부 위자료로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음으로 A 씨가 보험사와 합의금을 산재보험금에서 공제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하였으므로, 그에 따라 합의금이 공제 대상에서 제외되는지에 대해서,
A 씨가 수기로 기재한 것만으로 보험사와 명확한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설사 의사의 합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산재보험의 수급권자가 제3자와의 합의로써 공단의 보험급여 조정을 회피할 수 있다는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단하면서,
근로복지공단이 A 씨와 자동차보험사와 사이의 합의에 구속되지 않으므로 합의금 중 일부를 산재급여에서 공제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간단히 얘기하면, 제3자에게도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한 산재사고는 합의를 잘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연히 한계는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늘 소개한 사건의 경우, A 씨가 보험사와의 합의서에 '위자료'라고만 기재해 합의서를 작성할 수 있었을까요. 자동차 보험사는 이렇게 할 경우 합의를 한 이후에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구상 청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위자료'만 기재한 합의를 하지 않습니다.
어쨌든 하나의 사고에 있어 배상(보상) 책임이 있는 주체가 여럿이 있는 경우, 별생각 없이 한쪽과 합의를 하게 되면, 다른 쪽에서의 보상이 제한되거나 이미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니, 꼭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한세영 변호사는 보험전문 변호사, 교통사고전문 변호사, 손해배상전문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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