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2020. 2. 6. 선고한 중요판결 중에서 단체보험금과 관련된 판결을 소개합니다.
이 판결은 2심 법원의 판단 중 일부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하고, 해당 부분을 다시 재판하라며 사건을 다시 2심 법원으로 내려보낸 사건입니다.
미리 말씀드리면, 오늘은 조금 어려울 수 있습니다.
1, 2심 판결문을 발급받지 않아서, 정확한 사실관계를 모르겠지만,
대법원 판결만으로도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가 충분히 추측됩니다.
A씨가 한 회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위 회사의 단체규약에 '회사나 직원이 단체보험의 수익자로 지정될 수 있다.'라는 내용의 규정이 있었습니다.
회사는 A씨를 피보험자로 하여 단체보험에 가입하면서, 수익자를 회사로 지정하였습니다.
어떠한 일로 A씨가 사망하자, 회사가 자신이 수익자니 보험금을 달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A씨의 유족들은 자신들에게 사망보험금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단했습니다.
즉, 회사가 단체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단체규약에 명시적으로 직원 혹은 직원의 상속인이 아닌 다른 사람(보통 회사)을 수익자로 정한다는 내용이 없는데도,
직원 혹은 직원의 상속인이 아닌 다른 사람을 수익자로 지정하였다면,
그 지정 행위는 직원의 서면 동의가 없는 이상 무효라는 것입니다(상법 제735조의3 제3항).
간단히 말하면 회사가 직원을 피보험자로 해서 단체보험의 수익자가 되고 싶으면,
직원의 서면동의를 받거나 단체규약에 명확하게 기재해 두라는 것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단체규약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A씨의 서면 동의도 없었기 때문에
회사를 수익자로 지정한 행위는 무효가 되어 수익자가 지정되지 않은 것으로 되고,
상법은 이와 같이 보험수익자 지정 전에 보험사고가 발생(A씨의 사망)한 경우
피보험자 또는 그 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A씨의 상속인들이 이 사건 단체보험계약의 보험수익자가 되었습니다.
한편 상속인들 중 한 명인 B씨(B씨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 원고가 되지는 않았습니다)는
‘이 사건과 관련하여 발생하는 모든 상속권(지분) 을 포기한다.'라는 내용으로 성명서를 작성하였는데,
2심 법원은 위 성명서를 근거로 B씨가 보험금에 관한 권리를 포기하였으므로,
B씨를 제외한 나머지 상속인들인 원고들이 보험금 전체에 대한 수익자가 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성명서를 작성한 B씨의 진정한 의사가 보험금 청구권도 포기하려는 것이었는지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뒤,
보험수익자로 지정된 상속인 중 1인이 자신에게 귀속된 보험금 청구권을 포기하더라도
그 포기한 부분이 당연히 다른 상속인에게 귀속되지 않는 점을 함께 지적하면서 이 사건을 파기환송하였습니다.
피보험자의 사망으로 발생한 상속인의 보험금 청구권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상속인의 고유재산입니다.
그러니까 상속인 중 1인이 자신의 (고유)재산인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한 경우, 상속의 법리가 당연히 적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다른 상속인에게 포기한 부분만큼의 보험금 청구권이 당연히 옮겨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정립된 판결이 없어 여러 가지 학설이 있는데,
크게 권리자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했으므로 포기한 부분만큼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의무가 없어진다는 견해와
포기한 자 이외의 다른 자(견해마다 피보험자의 상속인, 수익자의 상속인, 보험계약자 등)에게 지급의무가 발생한다는 견해로 나뉩니다.
개인적으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사고 발생 시 보험금을 보험사에게 줄 의도를 가지지 않을 것은 명백하므로,
수익자의 보험금 청구권 포기 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의무를 면하게 하는 견해는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포기한 부분만큼의 보험금은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할까요?
만약 이 사건의 환송심에서 B씨가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하려는 의도로 성명서를 작성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이 사건 환송심은 보험수익자가 보험금청구권을 포기한 경우 그 포기된 부분이 누구에게 귀속될 것인지 판단하여야 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진진하여 무척 기대되는 판결입니다.
위 판결에 따라 보험금청구권의 포기와 관련한 수많은 법률상 쟁점들이 새로이 등장할 것입니다.
적고 보니 오늘은 정보 전달보다 제가 흥분해서 쓴 글이 되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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