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가 보험사한테 소장 받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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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변호사회 공식등록 보험전문 변호사, 손해배상전문 변호사 한세영이 직접 작성하는 블로그입니다.
보험소비자가 보험금을 받지 못해서 보험사에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보험사가 줬던 보험금을 다시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늘은 제가 처리했던 사건의 내용을 각색해 소개하겠습니다.
오랜만에 1인칭 시점으로 작성합니다.
1. 유방암 진단과 수술 그리고 항암치료 시작
저는 50대 중반에 유방암에 걸렸습니다.
암은 건강을 관리하지 않는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어느 날 갑자기 가슴이 찌릿하기 시작했는데, 보름이 지나도 통증이 나아지지 않아서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초음파 촬영과 세침검사를 하고 유방암이고, 림프절에 전이도 돼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한 달 뒤 수술 날짜를 잡고 유방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가족들이 옆에 있어줘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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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요양병원 입원
수술 후 한 달쯤 있다가 항암 주사치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부작용이 제법 느껴졌습니다.
처음 주사를 맞은 이후 온몸에 힘이 빠지고 밥맛이 없어졌습니다.
손발이 저리고 온몸의 관절과 근육이 아팠는데, 특히 무릎과 다리가 무척 아팠습니다.
두통도 계속 생겨 괴로웠고, 피부에 발진이 일어나고, 잎 속엔 궤양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매 2~3주마다 같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몸에 전반적인 컨디션이 떨어져 다음 치료를 받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몸이 힘들어 집안일은 도저히 할 수 없었고, 가족들도 제 모습을 보고 힘들어했습니다.
그 무렵 요양병원에서 독성이 강한 항암치료를 받기 위해 면역력을 회복하는 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집에서 다음 치료 일을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어 요양병원에 입원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 후 여러 가지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렇게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항암 치료를 해야 하는 날이면 유방 수술을 한 병원을 방문해 항암 주사제를 맞고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오는 식으로 항암 치료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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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험금 청구
산정특례 적용으로 항암 치료에 대해서는 병원비가 많이 들지 않았지만, 요양병원에서 받는 치료는 자비로 부담을 해야 했습니다.
한 달에 400만 원 정도를 내야 했습니다.
딱히 여유로운 살림은 아니어서 보험을 많이 들어두지는 못했지만, 10년 전에 들어 둔 실비보험 덕분에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가입할 때는 잘 몰랐지만 실비보험이란 것도 한계가 있어서, 보험금을 못 받는 기간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약이 독한 것인지 제가 약한 것인지 모르지만, 보험금을 못 받는 기간이라고 해도 요양병원에서 퇴원해 치료를 이어 간다는 것을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보험금이 안 나오는 기간에는 그동안 저축했던 돈을 써야 했습니다.
항암 주사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마친 이후부터는 호르몬성 항암제를 복용해야 했습니다.
처음에 처방받은 항암제는 2달 정도 복용했는데 관절통 부작용이 너무 심해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 이후 다른 약으로 변경했는데, 호흡이 불편해지고 어지럼증이 생겼습니다. 또 잠을 잘 자기가 어려웠습니다.
오랜 병원 생활이 힘들어 퇴원을 하고 싶었지만 몸 상태가 이렇다 보니 항암 주사치료를 마친 이후에도 요양병원을 퇴원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게 실비보험과 저축한 돈으로 계속해서 입원 치료를 이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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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보험사한테 소송을 당하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실비 보험금 청구서를 접수했는데, 보험사 직원이 전화가 와서 추가 심사를 해야 하니 직원을 보내겠다고 하였습니다.
뭐 별일 있겠나 싶어, 그러라고 했습니다.
병원을 방문한 보험사 직원이 여기저기 사인을 해달라고 해서 사인을 해주면서 보험금은 언제 지급되는지 물어봤습니다.
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기에 그런 줄 알고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3달이 지나도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습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집에서 전화가 와 법원에서 웬 서류가 와있다고 했습니다.
열어보라고 했더니,
이때까지 받은 보험금을 모두 돌려달라는 내용이 적힌 소장이 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보험회사는 제게 보험금을 주려고 심사를 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보험금을 돌려받으려고 소송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소장을 받아 읽어보니, 제가 요양병원에서 받은 치료는 유방암에 대한 치료라고 보기 어렵고, 또 입원할 필요도 없는 상태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때까지 받은 보험금 수억 원을 모두 돌려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어찌 보험사가 저보다 제 몸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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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변호사를 선임하다.
수억 원을 내놓으라는 소장을 보니 스트레스에 속이 메스꺼웠습니다.
더럭 겁이 났고, 이제 입원해서 치료를 받지 못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족들은 몹시 흥분했고, 여러 방면으로 수소문해 여러 변호사를 만나 상담을 받았습니다.
그중 가장 믿음이 가는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나름 검토를 거쳐서 보험금을 다 지급해놓고 이제 와서 보험금을 잘 못 줬으니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보험사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변호사는 제가 아주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고 말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저 같이 돈을 돌려달라는 민사 소송을 당하는 사람이 제법 많이 있고, 개중에는 보험 사기로 경찰 조사까지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요즘은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환자들이 민사든 형사든 보험사와 분쟁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소송과 관계없이 치료가 필요한 상태라면 계속해서 입원 치료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소송을 의뢰해 두고 돌아왔습니다.
조금 마음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소송이 끝날 때까지 마음을 졸이고 지낼 것 같아 괴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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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마무리
병원에 돌아왔지만 가만히 앉아 생각해 보니 너무 화가 났습니다.
보험에 들라고 할 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보험금을 줄 것처럼 얘기해놓고,
나를 보험 사기꾼 마냥 취급해서 받아 간 돈을 전부 다 내놓으라니..
요양 병원에서 받은 치료가 다 무의미하다니, 그러면 요양 병원은 아무 의미도 없는 치료를 하는 곳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여기까지 생각이 드니 치사한 마음에 퇴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혹시 소송에서 지면 수억 원을 물어줘야 하는데 어떻게 감당하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분노와 걱정으로 매일을 보냈습니다.
가족은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우선 좀 지켜보자고 저를 안정시켰습니다.
몇 달 정도 지난 후 변호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보험사가 돈을 돌려받지 않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보험사에게 조금 양보해 줘야 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어쨌든 수억 원을 돌려주지 않게 됐다고 하니 기뻤습니다.
그렇게 사건을 마무리했습니다.
병원은 몸이 더 괜찮아질 때까지 더 입원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일이 있고 나서 보험회사가 어떤 곳인지 느끼게 됐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듯, 보험에 가입할 때와 보험금 받을 때는 정말 천지차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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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과정에서 의뢰인과 소통한 내용을 최대한 충실히 담아보려고 했습니다.
보험과 의료시장 가운데서 보험소비자이자 환자들이 뜻밖의 고통을 당하지 않기를 빕니다.
모두들 건강하세요.